귀농 준비하며 세운 제 첫 계획은 단순했습니다. 함평에서 땅을 알아보되, 사기 전에 조금 빌려서 한 해 지어보자. 주변에서도 다들 그렇게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지난주 농지법 조문을 열어보고 그 계획을 접었습니다.
| 무엇이 바뀌었나 | 금지가 아니라 집행 수단(2026년 8월 28일 시행령) |
| 신고 포상금 | 1인 연간 상한 150만 원 → 1,500만 원 |
| 걸리면 | 처분명령(의무) → 미이행 시 매년 25% 이행강제금 |
| 합법 경로 | 농지은행 임대수탁 — 귀농인도 신청 자격, 임대차 최소 3년 |
| 지금 짓고 있다면 | 경작 사실 증빙부터 모을 것(위탁 시 기존 임차인 우선) |
오해 1. "8월부터 새로 불법이 됐다"
아닙니다. 금지는 원래 있었습니다.
농지법 제23조 제1항은 조문 모양이 좀 특이합니다. 빌려줘도 되는 경우를 쭉 나열해 놓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농지를 임대하거나 무상사용하게 할 수 없다"고 씁니다. 되는 걸 골라내는 방식이 아니라 목록에 드는지를 보는 방식입니다. 내 경우가 그 목록에 없으면 그냥 위법입니다. 이 구조는 2023년 8월 시행분에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2026년 개정이 새로 붙인 건 금지가 아니라 그 금지를 실제로 집행하는 수단 셋입니다.
- 발견 — 불법 임대차가 신고 포상금 지급 대상에 새로 들어갔고, 사상 첫 전국 농지 전수조사가 돌고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9월 초 「농지 조사 및 제도개선 추진단」과 그 산하 한시 조직 「농지조사과」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처분 — 적발 시 지자체의 농지 처분명령이 재량에서 의무로 바뀌었습니다.
- 압박 —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감정가격과 개별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의 25%가 매년 부과됩니다.
그러니 정확한 문장은 이렇습니다. 관행이 갑자기 불법이 된 게 아니라, 원래 위법이던 것이 이제 걸리기 시작한 겁니다. 저도 처음엔 앞쪽으로 알아들었습니다.
그럼 무엇이 허용되나요?
목록을 다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귀농 준비자가 실제로 걸리는 항목만 추리면 다섯 가지입니다.
| 허용 사유 | 조건 |
|---|---|
| 60세 이상 | 그 농지를 자기 농업경영에 이용한 기간이 5년 초과 |
| 일시적 사유 | 질병·징집·취학·선거에 따른 공직취임 등 |
| 주말·체험영농에 임대 | 개인이 3년 이상 소유한 농지 |
|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위탁 | 개인이 3년 이상 소유한 농지 |
| 상속·이농 농지 | 초과분을 위탁 임대 |
여기서 자주 어긋나는 게 첫 줄입니다. "예순 넘으면 빌려줘도 된다"로 도는데, 조문은 나이와 자경 5년 초과를 함께 요구합니다. 나이만으로는 요건이 차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표 어디에도 "동네에서 구두로 빌린다"는 없습니다. 농업인 요건에서 막히는 지점을 정리하며 한 번 느꼈던 건데, 농지 관련 규정은 대개 "안 된다"가 아니라 "이 목록 안에서만 된다"로 쓰여 있습니다. 목록 밖에 있으면 예외를 찾을 게 아니라 경로를 바꿔야 합니다.
오해 2. "신고당하면 바로 벌금이 나온다"
순서가 있습니다. 적발 → 처분명령(의무) → 미이행 시 이행강제금입니다.
이행강제금은 벌금이 아니라 압박 수단입니다. 감정가격과 개별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의 25%를 매년 부과하고, 처분(매각이나 위탁)을 하면 멈춥니다. 다만 매년이라는 게 무섭습니다. 팔리지도 않는 땅에 해마다 25%가 붙는 구조라, 전남 현장에서는 공사에 농지를 팔려고 대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포상금 쪽 숫자도 붙여 두겠습니다. 1인당 연간 지급 상한이 15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열 배입니다. 건당 금액은 보도마다 달라서 여기 적지 않았습니다. 원문(시행령 별표)을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숫자를 옮기지 않는 편이 낫다고 봤습니다.
오해 3. "상속 농지는 1만㎡까지 괜찮다"
이게 가장 위험한 오해입니다. 개정법은 그 1만㎡ 상한 규정 자체를 폐지했습니다. 대신 일정 규모를 초과해 보유한 농지는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위탁해 임대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상한이 없어졌다"를 "자유로워졌다"로 읽으면 정반대입니다. 부모 농지를 물려받았는데 직장 때문에 직접 못 짓는 분들이 지금 여기서 막혀 있습니다. 충북 오창의 40대 직장인 한 분은 신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파파라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예전처럼 동네분들에게 소작을 주지도 못한다. (…) 팔리지도 않고 답답합니다"
자료를 뒤지다 이 대목에서 한참 멈췄습니다. 규정을 어기려던 사람의 말이 아니라, 관행대로 하다 갑자기 길이 막힌 사람의 말이어서요.
오해 4. "실태 파악이 목적이라니 이번엔 넘어간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전수조사의 목적을 "처벌이 아닌 정확한 실태 파악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한 제도 개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말만 들으면 이번엔 계도 위주로 가겠거니 싶습니다.
같은 시기에 포상금 상한이 열 배로 오르고 처분명령이 의무가 됐습니다. 농업 매체는 이 둘이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합니다. 장관 발언은 조사의 취지고, 집행 수단은 별개로 강화된 겁니다.
규모도 남 얘기가 아닙니다. 기본 조사 대상 농지의 27%가 위반 의심으로 분류됐고, 경기도는 조사 대상 87만 7,000여 필지 중 37%(32만 4,000여 필지)가 부적합으로 나왔습니다. 넷 중 하나가 넘습니다.
그래서 어디로 빌려야 하나요?
제23조 제1항 6호와 7호의 위탁 임대, 실무 명칭으로 농지은행 임대수탁사업입니다.
구조는 간단합니다. 소유자가 3년 이상 소유한 농지(또는 상속 농지) 중 직접 경작이 어려운 것을 한국농어촌공사에 맡기면, 공사가 임차인에게 정식으로 임대합니다. 임대차 기간은 최소 3년입니다.
임차인 자격에 귀농인이 들어갑니다. 청년 후계농·후계농업인·일반농업인과 함께요. 신청은 농지은행 포털이나 지역 지사에서 합니다.
소유자 쪽에도 유인이 있습니다. 8년 이상 위탁하면 양도소득세 중과가 면제되고, 매년 임대료를 받습니다. 농업인이면 임대수탁 수수료도 면제됩니다. 그러니 "빌려주면 큰일 난다"고만 말할 게 아니라, 이 경로를 아는 임차인이 소유자에게 제안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정리하면, 빌려서 시작하는 길이 막힌 게 아닙니다. 창구가 바뀐 겁니다. 제 계획도 여기서 "빌릴 수 있느냐"에서 "어디로 빌리느냐"로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이미 빌려서 짓고 있다면
증빙부터 모으시길 권합니다.
관행적 임대차 관계를 유지해 온 농지는 소유자가 공사에 위탁할 때 기존 임차인에게 우선 임대합니다. 계약이 일방적으로 끝난 경우에도 기존 경작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빙하면 대체 임대농지를 우선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경작 사실 확인서, 자재 구입 내역, 작기별 사진 같은 것들이 그 증빙이 됩니다.
순서로 쓰면 이렇습니다.
- 지금 빌렸거나 빌리려는 농지가 제23조 허용 목록에 드는지 확인한다
- 안 들면 소유자에게 농지은행 임대수탁 위탁을 제안한다
- 이미 짓고 있었다면 경작 사실 증빙을 모아 둔다
농지 규정은 올해만 해도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진흥지역 카페 허용도, 화장실·주차장 전용허가 면제도 올해 일입니다. 같은 시행령의 다른 면을 정리한 글도 함께 보시면 이번 개정이 한 방향이 아니라는 게 보입니다. 한쪽은 풀고 한쪽은 조였습니다.
수치는 확인 시점(2026년 9월) 기준이며, 신청 전 해당 시·군 농지 담당 부서와 지역 농지은행 지사에 재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처분명령 후 매수청구 농지 매입사업은 내년 추진 예정이지만 매입 대상·관리 방식 등 세부 기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 전체 영상으로 보기 👉 https://youtu.be/E2ujmMp5o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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